세상을 바라보고 있자면, 무기력에 빠질때가 있다.
어제, 버스에서의 일을 바라볼 때처럼.

용산으로 가는 버스에서 맨 뒷자석 한 가운데 앉아 있었다.
평상시처럼 창밖으로 지나쳐가는 풍경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.
그러다 숙대 입구에서였던가.
한 젊은 엄마가 어림짐작으로 여섯 살 배기에서 네 살, 두 살 배기로 보이는 세 아이를 쪼르르 데리고 올라탔다.
두 살 배기는 한 쪽 팔로 안은채로 오똑이 서서는 나머지 아이들을 딸랑 남은 한 자리에 몰아 넣어 앉혔다.
그러나 차가 출발하면서 아이들의 엄마는 위태해보였는데,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남은 한 손으로 버스 손잡이를 잡고서 차의 요동에 따라 애기와 함께 흔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.
그런데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은 나를 포함한 승객들의 모습이었다.
사람도 많지 않은 버스에서 자리 하나 양보하는 것에 미적대는 모습들이란.
그 주변에 나이 든 사람부터 시작하여 젊은 청년들까지.
아이 엄마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시선을 떨군채 졸고 있는 듯 하거나 하는 모습들에서 어린 아이와 함께 2인용 좌석에 나라히 앉아서 돌아보며 힐끔거리는 또다른 엄마와 할머니의 모습에서나, 그 마음에 껄끄러움을 살짝 박힌 가시 정도로 여기면서 때아닌 갈등을 하는 우리들의 쪼그라든 마음의 크기란...
우리가 혹시 '일상'을 너무 어렵고 힘들게 생각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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파란 하늘에 시선을 빼앗겨버렸던 날들을 기억하며... by 휴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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