사람사는 세상이란 예나 지금이나 그 살아가는 모습들에 있어선 별반 차이가 없는가부다. 지치고 힘들고 괴롭고, 그러다가는 기뻐하고 슬퍼하고 좋아하고 사랑하고 증오하고. 어제 잠시 즐거워하다가는 오늘 아침이면 눈을 뜨자마자 가슴살의 절반이 타 들어가는 아픔에 번민하고. 그러다 누군가 '왜 사는건지 모르겠다'고 물을라치면 참으로 할 말이 없다. 오늘 우리 그니처럼...
아마도 우울증 비숫한 그니의 인간적 내력이 속내에서 또 발생한 모양이다.
이럴 때에는 도무지 방도가 없다. 다른 사람이 똑같은 증세를 보인다 해도, 딱히 내가 해 줄 말도 없고 방책도 없다. 예전 같으면 상대가 듣기에 그렇고 그런 시답지 않은 말들로 위로라도 해주었겠지만, 요새는 아무 소리 않고 곁에 함께 있어주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.
날씨마저 우중충하니 가랑비가 내리다 말고 다시 내리기를 하는 형편이니.
옛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'사람 인'자 모양 그저 어깨를 빌려주고 기대게 하는 수 밖에. 그것이 사람 사는 모습이기도 하고. 그것이 또한 '세상'과 '나'가 소통하는 방법이기도 하고. 그렇게 열린 세계에서 '너'와 '내'가 함께 걷는 길이기도 하고. 어쩌면 그것이 이젠 전부일지도 모른다.